한 가족과 세 명의 젊은이가 경북 청송군에서 한집 살림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의 일이었다.

작은 크기의 공동체가 시작되는 셈이었다.

그 일을 곁에서 도왔던, 충북 괴산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김윤칠이 그 소식을 장일순에게 전하며 어떻게 하면 그들이 뜻을 이뤄가며 화목하게 잘 살 수 있을지를 물었다.

“나 같은 건달이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

장일순은 웃으며 이렇게 운을 떼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는 얘기를 할 수 있겠지. 여럿이 모인다면 깃발이 있을 것 아냐, 어떻게 가겠다는?

그 깃발 아래 모였으니 깃발을 중심으로 해야 할 테지만 깃발을 너무 앞세울 때는 함께 가는 사람 가운데 늦게 일어난다거나 일을 게으르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무라기 쉽지. 미워하는 마음이 일기 쉽다는 거야. 그럴 때는 말이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어깨동무를 해서 일으켜세워 같이 가는 마음이 중요해.

다른 하나는 그렇게 하다 보면 일이 이뤄질 것 아냐? 크든 작든 공이 생긴단 말이야. 그때 그건 내가 잘해서 그렇게 됐다 하지 말고, 같이 가는 사람들 공이다, 이렇게 공을 남에게 넘기라는 거지.

이 두 가지를 지키면 되지 않을까 싶네.”

――― 244쪽, 최성현 글, 『좁쌀 한 알』(2004).

지난 한가위 때 고향 내려가는 기차에서 서서 읽었던 『좁쌀 한 알』. 이 책을 통해서 장일순 선생을 알게 되었고, 장일순 선생이 이신행 선생님과 참 많이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좁쌀 한 알 - 10점
최성현 지음/도솔
2007/04/30 21:09 2007/04/30 21:09
Posted by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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