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가 조금 넘었던가? 시린 이가 걱정이 되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운동하러 갔다. 운동하고 나면 찝찝한 기분이 풀릴 것 같기도 했다.

공(空)으로 생긴 자전거를 끌고 고개 하나 넘으면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연희동에서 홍제로 넘어가는 연희고개 쪽 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알고보니 서부노련에서 가두시위를 하고 있었다. 행렬은 서대문구청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미 전경들이 대오를 갖추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구청 옆 자전거 보호소에 자전거를 세우고 전경들이 막고 있는 길을 뚫어서 ATM에서 돈을 뽑았다. 그리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운동을 했다. 그새 상황이 종료되었는지 서대문구청 주위는 한산했다. 그 길로 자전거를 달려 동교동 쪽으로 해서 신촌역 근방에 있는 치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소위 ‘신경치료’라는 것을 받는데, 오늘만큼 아픈 적은 없었다. 정말 죽다 살아난 기분이다. 치료를 끝내고 드는 생각은 “이게 무슨 몸고생, 마음고생, 돈고생이냐... 이제 잇솔질 열심히 해야겠다.”였다. 철들고 나서 겪는 고통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에 새겨지는듯 하다.

다시 자전거를 타는 것도 그렇다. 나는 자전거 타기에 대해서 알게 모르게 두려움이 있었는데, 자전거 타면서 심하게 타친 뒤로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철들고 나서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알아가는 기분이 되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변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하종강씨를 만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날 나는 홈에버 상암점 시위 현장에 갈까 하종강씨 강연회에 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엔? 둘 다 못가고 방으로 돌아왔다. 아래쪽 어금니가 너무 아픈 나머지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서둘러 귀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 몸 하나 못 챙기면서 무슨 큰 일을 하겠나” 싶었다.

오늘 체화당에 앉아서 회의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었다. 사실 『역사의 언덕에서』 1권도 함께 붙들고 있었는데, 이 책만 다 읽었다. 산문집이라서 그런지 읽기도 편하고 잔잔한 감동도 있었다. 하종강씨의 글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나는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모두 순수하고, 올바르고, 정의롭고, 희생적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건 또 하나의 신화이고 편견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청렴하고 결백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그리고 그들이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는데 조금 더 예민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이 믿음을 하종강씨의 글을 통해서 다시 확인한 느낌이다.

법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공부께나 한다는 애들은 어릴적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은 해봤겠지. 그러나 난 좀 달랐는데, 난 정말로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팍팍한 법 공부가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유감이다.

하종강씨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안해와 자식과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지도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나친 욕심 내지 않고, 서로 위하면서 오손도손 가정을 꾸려나가는 꿈.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걸 좀 가져야겠다 싶었다.

에세이를 모아논 것이라 금방 읽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직접 현장에서 그의 강연을 들어보고 싶다. 꼭 그럴 기회가 있으리라.
2007/07/14 22:15 2007/07/14 22:15
Posted by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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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ypeace 2007/07/30 2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이 hadream.com 게시판에 수집되어 올라가 있더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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