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나서, 나는 이 영화가 올해 가장 논쟁적인 한국영화가 되리라 생각했다. 마치 2006년 봉준호의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내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다.
<화려한 휴가>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물론 이 영화는 <괴물>과는 ‘끕’이 다른 영화이다. 둘 다 논쟁적인 소재이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이들이 <화려한 휴가> 보다 <괴물>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네티즌들(혹은 일부 대중)는 평론가들의 비난 일변도의 <디-워> 비평을 못마땅해 한다. 진중권의 표현을 좀 빌리자면, 그들은 심형래의 ‘인생극장’적인 면모에 감격한 나머지 꼭 이 영화가 성공작으로 만들고자 한다. 또한 그네들은 심 감독이 ‘CG 원천기술’을 보유했기에, 이제 우리도 헐리우드에 맞설 수 있다는 식의 민족적 자긍심을 똘똘 뭉쳐있다. 여기에 시장주의까지 더하면, 애국, 민족, 시장주의, 인생극장으로 <디-워>판 4종 세트 완성이다.
위와 같은 진중권의 신랄한 지적에 ‘뜨끔!’하는 사람은 그나마 좀 나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은 “그래, 영화에 내용은 좀 없을지도 몰라. 근데 SF를 무슨 스토리 땜에 봐? CG 기술 볼라구 보지.”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영화적 취향을 수정하거나 또는 “아냐, 평론가 니네들이 잘났다고 떠들어대시는데 내가 보기엔 엄청 재밌거든? 관객이 재밌다고 하면 게임 끝난거 아냐?”하면서 자신의 저급한 감상수준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감상을 스스로 속이기에 이른다.
나는 묻고싶다. “톡 까놓고, <디-워> 재밌었냐?”고. 앞에서 ‘저급한 감상수준’이라고 하긴 했지만, 이런 영화가 재밌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400만이나 되면 그건 문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 영화가 정말로 취향에 맞았던가, 아님 애초에 CG만 보기위해 영화관 갔던 사람이거나. 사실 나는 “정말로 CG 수준이 높았는가?”도 묻고 싶긴 한데, 그건 심빠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행위이니 관두기로 하자.
“그래도 CG는 훌륭해.” 또는 “나는 재밌게 봤어.”하는 사람들의 감상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취향이고, 자신의 감상이므로. 오히려 그것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을 개인 미디어를 통해서 표현하는 적극성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 역시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헌데, 이 사람들이 도가 지나쳐서는 자신의 감상과 배치되는 비평에 대해서 “평론가들이 대중을 길들이려 한다. 우리를 우매한 대중으로 알어?”하는 식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대중大衆을 우중愚衆으로 돌연변이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감상’을 가진 평론가들의 비평에 대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기에 이른다. 자기 구미에 맞는 비평만 취하고 싶나? 그러려면 비평은 뭐하러 보나? 현명한 대중이라면, 이 포퓰리즘에 얼싸 좋다 하고 편승하려는 평론가들을 유심히 봐둬야 한다. 이들은 언제라도 칼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진중권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입바른 소리하기 참 힘든 것 같다. 아니, 이러면 평론가들의 비평이 항상 ‘입바른 소리’인 것처럼 오해할라.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제 목소리 내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우중愚衆이 수적 우세로 다수의 목소리를 강요한다. 벌써 400만이나 봤으니, 이 영화는 재미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재미를 남에게 주입시킨다. 이제 수로 밀어부칠 수 있는 문제인가?
그래도 평론가들이 꿋꿋이 <디-워>에 혹평을 가하면서 설사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라도 할라치면 이제는 충무로의 사주를 받았네, 배후에 미국이 있네 설레발을 쳐댄다. 황우석 사건 때랑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민족과 국가의 명운을 한 인물에게 제멋대로 ― 물론 그 대상(황박, 심 감독)이 부추긴 측면이 없진 않다 ― 투사하곤, 누구 하나 딴지라도 거는 꼴을 못 본다. “어허, 괜히 잘 하고 있는 사람 발 걸지나 마라.”고 한다.
각종 ‘빠’들이 설쳐대고 있지만, 지금은 <디-워>를 본 뒤에 관람료의 기회비용을 아쉬워하며 조용히 울분을 삭히고 있는 수많은 관객 대중을 생각할 때이다. 벌써 400만이나 이 영화를 거쳐갔다. 내가 보기에 심빠들은 <디-워>를 보고 진중권처럼 비평할 가치를 못 느껴 입을 닫고 있는 대다수의 관객 대중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존경해 마지 않는 심 감독님이 더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한시라도 빨리 동정을 거둬들이고 냉정한 태도를 갖춰주기 바란다. 그러기 싫다고? 그러면, “얘들아. 비평 좀 하게 냅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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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평론가가 왜 필요한가?
Tracked from 월덴 3 2007/08/11 11:51 삭제저는 '평론가'라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평론가라는 직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문학 평론가, 음악 평론가, 영화 평론가 등등... 사실 개인적으로 평론가와 무슨 인간적인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싫습니다. 그냥 '애호가'라든가, '매니아'라든가 하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우리가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지 않죠. 그럴듯한 미사여구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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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디워 논쟁, 진중권에게 묻는다...
Tracked from Dogbeach Master 2007/08/11 11:54 삭제진중권 교수 또는 평론가라고 호칭하고 싶지만.. 어제 진중권의 태도를 보고 구지 그런 타이틀을 달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 진중권의 말 중 맞는 말이 많아 보인다.. 그의 이론적 관점에서 모두 맞는 말이다.. 많은 부분 동감하지만.. 당신의 태도는 매우 잘 못 되었다.. 진중권에게 묻고 싶다! 물론 비평할 가치도 없다고 했지만.. 100분 토론에서 나름대로 분석한 것을 이야기 했으므로 묻겠다.. 당신은 90분짜리 영화 디워를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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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RSS 주소 : http://amormundi.net/blog/rss/comment/270스스로 우중이 되길 자처해놓고 왜 우중으로 만드냐고 물으니...
참으로 할 말이 없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트랙백 따라 와 봅니다. 애국, 민족, 인생극장은 모두 시장주의에 수렴되는 것 같네요. 좋은 정리 참고하고 갑니다. ^^
님의 글을 읽는 동안에도 왜 네티즌들이 그러한 지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아프간의 일을 그렇게도 냉정(?)하게 비평하는 그들이 비평가들에게는 감정적으로 대하는 우중이 된 것이라구요? 님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얘들아 잘 좀 하면 안되겠니?" 그냥 지나치려다 '알기 위해 쓴다'는 님의 글 때문에 한 줄 보탭니다. 님은 그들이 정녕 왜 그러는지 관심이 없나 본데...
리퍼러 따라 디사 와봤는데... 아프간 사태에 네티즌들이 '냉정'했었나요? 새로운 견해로군요!
개인적으로 "100분토론"은 상당히 아쉬웠던 방송이었습니다. 방송자체의 주제로 다소 우수울뿐더러(하더라도 미국개봉까지 끝난상황에 다루는게 좀더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질 적으로 다소
떨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데 주제는 온데간데 없고 현재 상영중인 영화에 대한 "넋두리"정도로 밖에
않들렸거던요?... 진중권교수님을 다시 보는 계기도 되었구요. (부정적). 그에 반해 어제 "열린토론"을 보았습니다. "디워"의 장.단점을 정확히 꼬집어주시고. 현재 한국영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점에서 개인적으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더군요.
한쪽방송은 다소 "감정과 대립"이었다면 다른한쪽방송은 "이성과 화합,미래"라는 단어가 오버랩 되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 디워논쟁과는 상관없지만 트랙백 하나 걸겠습니다.
글 속에 "적어도 나는 그렇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말을 써야할 시대가 왔을 정도로, 굉장히 폭력적인 인간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집단 다굴을 하는 게 우습지만 위협적일 정도지.. 글을 쓰는게 싫어지는 건 점점 눈치를 봐야하는 게 많아 지는 게 하고, 언제 한번 내가 껀수로 몰리면 와르르 몰려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