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가 지겨워서 잠시 접어두고 글을 씁니다. 유독 시험기간에 미뤄뒀던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을 주는 것처럼, 영어 공부 하는 내내 오늘 세미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글 거리를 머릿 속에서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우선 글 먼저 쓰고 나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것이지요.
<안티폭스>의 출발 : 루퍼드 머독의 사유물로서의 Fox
보고 나서 참으로 대단한 선전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큐에서 Fox 채널이 뉴스를 오락거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었죠? 그 뉴스 만큼이나 재미있고 인상 깊은 편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다큐의 목적은 강한 정치색을 띄고 있는 루퍼드 머독이 Fox와 많은 계열사들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리고, 결정적으로 이 원인으로 인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언론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루퍼드 머독과 Fox의 경영진은 어떻게 Fox를 지배하는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Fox의 내부 지시(Internal Memo)였던 것 같습니다. 전땡 뉴스 시절에나 상상할 수 있는 보도지침이 스스로 가장 발달한 민주주의를 가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존재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前’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들을 보니 씁쓸하기도 하고, 참으로 비열(에어컨 사용료 내기 싫으면 기숙사에서 나가시든가, 인상된 등록금 내기 싫으면 곱게 제적당하시든가)하다고 느꼈습니다. 미디어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바로 보여주는 증거였다고 생각해요. Fox 미디어의 주인은 사주와 그의 뜻을 따르는 이들 혹은 사주가 뜻을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지요.
Fox의 전략 : Fox의 뉴스는 어떻게 시청자들을 현혹시키는가?
Fox 뉴스가 시청자들을 현혹시키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Polling, Graphics, Banners : 전통적인 미디어 전략이죠. 대표적으로 “Fair & Balanced” (이건 뭐, 반어법?)
- 논평, 애드립 : 사실보도에 의견 섞기
- 근거 없는 낭설, “some people say…” :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다르지요.
- EXPERTS : 그야말로 전문적인 기술을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 특정 인물 공략하기 : 前 백악관 인사인 클락을 두고 책장사라고 까대는 부분.
- Fox Liberals : 들춰보면 보수주의지만 겉으론 자유주의입네 하는 이들을 통해서 오히려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시키는 전략.
- Guests : 통계적으로 민주당보다 공화당 손님이 더 많았고, 여기서 Glick이 나왔죠. (게스트를 대하는 빌 오라일리의 무대뽀 Shut up!)
- Fear, Sexual : “How to save a life!” 두려움을 조장하는 미디어와 공화당의 공포 정치는 참으로 닮았네요.
노골적이었던 2000년, 2004년의 Fox : 부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2004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요. 아니, Fox 뉴스에서는 “부시 재선 찬/반 투표일”이 디데이 카운트 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부시와 공화당을 영웅처럼 묘사하고 민주당의 후보였던 케리를 변덕쟁이나 또는 프랑스인으로 비꼬는 부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2000년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가 접전을 벌였던 플로리다 투표 결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부시의 대통령 당선을 확정해버린 Fox의 보도는 미디어가 가진 자기 실현적 예언의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Internal Memo로 계속 지시되는 부시 일거수 일투족 보도하기 등은 로널드 레이건의 열렬한 팬이었던 루퍼드 머독의 남 못 준 세살 버릇이 아닐런지. 클린턴 집권 시절에는 답답해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아마, 백악관에 대한 지금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겠죠.
그들이 공화당원인 이유, 뉴스가 재밌어지는 이유 : 그 놈의 돈
오늘날 자본은 미디어의 조건임과 동시에 하나의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파가 되면 돈과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민주당이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 액수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부분은 오히려 기업이 정치 세력에 ‘투자’하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미디어가 자본과 결탁하는 문제는 역시 심각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디어의 대중 순응주의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보는 방송이 더 많은 돈이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더 많은 사람이 보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뉴스를 만들게 되는 것은 꼭 Fox 뉴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언론의 상황은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안티폭스> 다큐가 지적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종이 신문들은 점점 더 많은 지면을 기업 광고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세무조사를 ‘언론 탄압’이라는 미명으로 거부하는 일부 언론의 기업적 면모는 ‘좋아하면 닮아간다’는 옛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점점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헤드라인 뽑기에 여념이 없는 인터넷 신문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민의 손으로 탄생시켰다는 <한겨례> 역시 대정부 비판의 기능이 약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시사저널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자본이 언론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중에서, 삼성의 검찰 로비를 고발한 이상호 기자와 PD수첩의 황우석 보도가 가능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언론 역시 하나의 공적 영역이며, 이 공적 영역의 판은 한 개인이나 일부 정치 세력에 의해서 짜여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서 구성되어야 마땅합니다. 헌법에 명시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정해진 룰만 따른다면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합니다. 더 많이 미디어에 의존하고, 더 많은 권력이 미디어에 주어질수록, 더 많은 시민이 미디어를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미디어가 시민의 기대에 어긋났을때, 즉 미디어가 시민 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시민적 연대감을 해친다면 시민된 의무로 마땅히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때, 쉽게 패배감에 물들지 않고 끈질기게 싸울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작은 언론을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시민 개개인이 하나의 작은 언론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저는 그 출발점이 메이저 언론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자신과 지역의 문제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가지며, 글쓰기와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거창하지 않은 일이고, 진부한 것처럼 들리지만 매우 중요한 시민의 의무입니다.
더 생각해 볼 사안들….
교과서에는 항상 심화학습이라는 주제가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한 번도 그런 것들을 풀지 않았던 기억도 있구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언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겠구요. 제가 적은 것은 일단 개인적으로 더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들이고, 오늘 나온 얘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지역 언론의 자생 방안 : 국내외 성공/실패 사례, Globalization 시대의 Local의 의미.
- 청소년 미디어 교육 : 언론이 현대 정치의 중추임을 이해하고, Fair & Balanced 보도를 하고 있는 감시 능력 배양할 목적.
- 방송위원회 : 제 역할 하고 있나? 시민 참여 보장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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