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마음

혼잣말 2007/12/07 01:18

나는 사람을 믿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어쩜 내가 믿었던 것은 ‘인류’의 선함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었지, 인간 개개인에 대한 믿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조금 종교적인 부분이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도 비슷한 것이다. “과연 그래?”라는 물음을 받으면, “작게 보면 좌절도 있었지만 크게 보면 진보 아니었냐….”고 답하고 싶은게 내 심정이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기에 겉으론 밝게 웃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가까이 여기는 사람들은 이런 나의 성격을 잘 알고, 먼자 자신의 마음을 터놓거나 억지로라도 내 속내를 들으려 노력하는 끈기를 가진 이들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데 들을 필요가 없다”는 쪽이고, 나도 그런 그들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남들에게 ‘굳이’ 묻지 않는다. 이게 ‘무관심’이란 것은 최근에 깨달았다.

누군가로부터 믿음을 받고 싶다면, 먼저 믿어야 한다. 믿음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것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껏 나는 연애에서도 남을 온전히 믿는다거나, 내 모든 것을 준다거나 하진 못했던 것 같다. 최후의 만약을 남겨놓고 있었다. 모두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게 결국 지금까지의 관계가 어긋난 진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나의 믿음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렵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며…, 내가 믿었기에 당연히 감당해야 할 상처와 대가를 모두 달갑게 여길 수 있을까? 상처와 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되뇌일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다.

2007/12/07 01:18 2007/12/07 01:18
Posted by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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