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끝내고 나온 현석형을 놀릴 기회는 뺏겼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강의 들으러 간 건 잘한 선택이었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읽는데, 1학년 때 <정치학입문> 수업에서 읽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감동을 받았다. 당시에는 막스 베버가 누구인지 내가 알게 모람, ‘정치’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써있으면 써있나보다 주절 주절 읽은게 고작이었다.
지금은 첫째로 인간이 이 정도 글을 써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경이롭다. 둘째로 사회과학자의 통찰―꿰뚫어 봄―이란 이런 것인가 싶어 존경스럽다. 마지막으로 벽은 벽인데, 매우 체계적인 벽에 내 앞을 가로막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넘어설 수 있을까? 무너뜨릴 수 있을까? 어떻게 공부하면 이 정도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강의가 끝나고 역 쪽으로 내려오다가 김치볶음밥을 사먹었다. 김치볶음밥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이 맛에 집착하게 되었다. 집에서 나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딜가도 김치볶음밥은 집에서 누나랑 해먹던 것과 비슷한 맛을 낸다. 여기에 열무김치를 함께 넣어서 볶으면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그 맛이 날까? 가족 생각을 하면, 내가 너무 신경을 못 써드리는 것 같아 늘 죄송스럽다. 또 재밌는 소설 한 권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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