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투표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나로선 이번이 벌써 네번째의 총학 선거로, 다른 여느 때보다 높은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희망적 전망? 그딴건 애시당초 기대도 안 했다.
이번 총학 선거는 기존의 운동권/비운동권 구도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그와는 동시에 ‘총학 선거’가 어떻게 변질되고 타락할 수 있는지 그 전초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징후적이다.
쟁점은 무엇인가? 여전히 교육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복지에 힘을 쏟고자 하는 이들은 학복위 일을 돕거나 생협 운동을 전개하면 될 것이다.
변명거리는 충분하다. 학생들이 복지문제에 신경써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원하는걸 해야지 않냐는 되물음이다. 뭐, 그럼 학생회가 학생들 집안문제에 연애문제까지 다 해결을 해줘야 하나? 해줄 수나 있나?
지금까지 총학 선거에서 복지의 쟁점화는 비권의 생존전략이었다. 너네들이 본관 점거하구, 어쩌구 하는 새에 우리는 화장실에 비데 들여놨담마.. 그런 식이다. 근데, 학생이 무슨 안락한 용변 생활을 위해 학교에 오나?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를 물고, 우리는 이만큼 해줄 수 있다. 아니다, 우린 더 많이 해줄 수 있다. 아웅다웅.. 그걸 보는 학생들은 공개입찰경쟁 보듯이 오냐 더 올려라 더 올려라.. 학교는 누가 되든 아무렴 어때.. 맘대루 해라.. 언제부턴가 이렇게 되었다.
진정으로 연세 학생사회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할 선본은 어디인가?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한다. 연대생 아웃백 신촌점 20% 상시 할인 따위의 떡밥에 놀아나선 안 된다. 그런 식의 공약은 해당 선본의 고유한 정책이 될 수 없다. ‘정책’이긴 한거냐? 왜 TGIF가 아닌 아웃백이고, 왜 이게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긴 한가?
대다수 학우들이 복지문제에 신경쓰는 것, 당연하다. 그러나 선본의 홍보자료가 복지 이슈를 ‘선 위치짓기’ 하지 않았던가? 학생들이 원하니까 우린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학생들은 당신들이 총학 선거의 후보자로 나오길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세 학생사회의 총학생회라면 자신들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과감히 문제제기를 하는 식으로 정면돌파 해야한다. 2006년의 학생총회. 비록 실패는 했지만, 울림은 있었다.
그저 가만히 백양로에 엎드려서는, 학우들의 뜻에 따르겠다.. 학우들의 제일 중요하다는 건 당연한 마음가짐이다. 궁금한건, 학우들의 ‘뜻’은 어떻게 파악할 것이며 이게 파악이 가능한 것이던가? 학우들의 뜻이니, 역사의 사명이니 어쩌니 현실정치에서는 레토릭에 불과하다.
학우들이 원하니까 스타벅스, 맥도날드 다 들여놓겠습니다.. 허울좋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냥 우리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스타벅스, 맥도날드가 들어오는게 왜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은 해보겠으나 적극적으로 엮어내긴 귀찮고, 어차피 그런다고해서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니 그냥 서로 좋은게 좋은 쪽으로 합시다.. 이게 솔직한 답이다.
총학 임기는 1년, 따라서 지금 내걸고 있는 공약들은 내년 11월이 되면 다 공갈이 되기 쉽다. 이건 지난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된 史實이며, 2007년 44대 총학이 온몸으로 증명했다. 학우들에게는 책임을 따져물을 기회도 권한도 없다. 1년 동안 다 말아먹어도, 임기만 무사히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니 네 선본 중에서는 <로시난테>가 그나마 제일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정후보, 부후보 모두 단대 학생회장(각각 사회대, 이과대)을 거쳤고 ‘가시적 성과’를 지표로 ‘집행력’이라는 자신들의 강점을 웅변하고 있다. 관건은 사회대, 이과대의 확고한 지지를 다른 단과대로 전염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로시난테> 외에는 <펭귄,날다>의 부후보 이태영 정도가 2006년 자치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몇 년만인지 모르는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며, 구습이 지린내처럼 진동하던 자치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러나 러닝 메이트로 정후보 위정호를 택함으로써 자신의 부박한 정치적 감각을 드러냈다. 그래서 더 연민을 불러일으키긴 한다.
그외엔 다들 평소에 어디서 뭘하다가 총학이 되겠답시고 나왔는지.. 정체가 의심스럽다. ‘혜성처럼 등장한’ 후보들은 대체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이게 최종우 학습효과이다. 공약으로 내세운건 다 좋은 말인데,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무슨 돌발상황이 튀어나올지 도대체가 불안하다.
개인적으론 <연세 36.5>의 부후보 역시 신뢰가 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 관계에 기반을 둔 평가이기에 공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충분치 않다. 사적 관계를 그나마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학우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점에서는 높이 살 수 있다면 나머지 애들은 그 시간에 사람도 안 만나고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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