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결과가 내가 뜻한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게 사람관계에 적용되면 적잖이 씁쓸하다.
작년 이맘때쯤, 아끼는 후배 둘에게 책을 선물했다. 슬기샘에서 급히 구입한 것이었지만, 나름 고심 끝에 골랐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과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전집』이었다. 책은 어땠는지 몹시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 뒤로 더 친해지지 못했다.
생일은 매년 오는 것이기에, 내가 또 한 번 이들에게 책을 선물한다면 이번에는 우석훈, 박권일이 쓴 『88만원 세대』를 건네고 싶다. 이미 이 책을 갖고 있다면, 리영희 선생의 저작집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를 모은 『나락 한알 속의 우주』를 선물하고 싶다. 생각해보니, 조한의 『글 읽기와 삶 읽기 1』도 괜찮겠고 미키 기요시의 『철학입문』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대로 관계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내 원칙은 변함이 없다: ‘선배라고 후배에게 강요하지 말고, 후배라고 선배에게 기대하지 말기.’ 이 원칙이 깨어지면, 그 관계는 ‘선후배주의’라는 몹쓸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게 된다. 나이 좀 많답시고, 학교 몇 년 일찍 들어왔답시고 누구나 선배先輩의 ‘권위’ 나부랭이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모든 관계의 근본은 ‘상호존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회가 여의치 않아 책을 선물하지 못하더라도, 두 후배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아울러 내가 보았고 또 믿었던 두 후배의 맑은 눈빛과 선량한 의지가 언제까지나 그들의 눈과 가슴에 남아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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