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저녁부터 11일 새벽까지, 화마로 전소(全燒)한 숭례문
남대문시장 근처 노숙인들이 추운 날씨에 몸 좀 녹이려 불을 지폈나?
― 누가 이들을 거리로 나앉게 했는가?
아니면 나라의 보물, 그것도 나라 제1의 보물 대접을 제대로 못 받자 스스로 타버렸나?
― 국보 제1호로 지정했다면서, 흔한 스프링쿨러 하나 설치해놓지 않았다.
11일 아침, 까맣게 타버린 숭례문 앞에는 국화꽃이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대개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흰 국화를 놓아둔다지?
그럼, 이번에는 대체 무엇이 죽은 것일까?
돈도 안 되는 보물 하나 관리하느라고 그동안 괜한 애 많이 썼는데 타버려서 잘 됐다.
어차피 국보건 사적이건 돈으로 이용할 가치가 없으면 없느니 못한 것 아닌가? 궁상맞게시리 그런거 다 보전해서 뭐하겠나?
이왕 타버렸으니 남은 잔해도 불도저로 확 밀어버리고 제2의 청계천을 파자! 그게 아니면, 공영 영어몰입 시설을 세우자!
2008년 2월 어느 겨울밤에 일어난 이 화재는 미쳐돌아가는 이 시대를 웅변하는 사건이다.
역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後世는 기억하겠지, ‘얼마나 나라꼴이 엉망이었길래, 별 이유도 없이 국보를 태웠을까?’
제 몸을 태워 이 시대가 미쳤다는 것을 깨우치다니, 과연 나라의 보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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