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약간 쌀쌀해질 무렵인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수련회를 갔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훨씬 전부터 그 무렵이 되면 붉게 물든 연희관은 묘한 설렘으로 들썩였으리라.
내/외부에서 “‘수련(修練)회’가 아니라 ‘술, 연회’.”라는 비아냥이 있긴 했지만, “과도한 집단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수련회는 지켜갈 가치가 있는 전통이었다. 수련회는 학부제 여파로 ‘학과 정체성’이 엷어진 우리가 소속감과 유대감을 다지고, 우리의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였다.
올해는 수련회를 가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연정인들 ― 학과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학우들이 태반이겠지만 ― 이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개중 몇몇은 학생회장에게 수련회를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쌀쌀한 초겨울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단 몇 개의 퀴즈와 쪽글에 밀려 조용히 사라졌다.
누굴 원망하랴? 그리고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랴? 우리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다면 새로이 이어갈 전통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11월에 하지 않았으니 내년 4월에 전공 승인을 받은 07학번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뜻있는 이들의 작은 지혜가 모이길 바란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면, 더 이상의 희망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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