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것은 적었지만, 내뱉고 주워들은 말수를 따지면 꽤 밀도 있는 하루를 보냈다.
아침 수업은 최대한 집중해서 들었다. 문화학 세미나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나는 바람에 점심도 못 먹고 수업을 들을 뻔했다가 때마침 휴강으로 한숨 돌렸다. 뜻하지 않게 커피를 많이 마셨던 덕분에 세미나까지 버틸 수 있었다.
과방에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는, 그저 ‘의미 없는 수다’가 될 공산이 컸지만 서로 진지하게 달려든 덕분에 나름대로는 생각거리를 남기고 끝났다. 끝과 끝을 맞대어본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그렇지 않은 대화는 뻑뻑한 톱니에 뿌리는 윤활유 같은 것일 뿐이다.
짧은 생이지만, 그래도 곡절이 있었던 애들이 그렇지 않았던 애들보다 훨씬 고민의 깊이가 있다. 그네들은 역경이라는 게 꼭 개인의 잘못으로 초래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구조적인 영향이 크기도 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반면,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고, 미래의 불확실성 역시 어느 정도 통제 하에 두고 있는 애들은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고 ‘자기 만의 우물’이 깊다. 이는 자라온 환경이 꽤 동질적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삶에 대한 상상력은 부족한 편이다.
마크 트웨인은 “우리는 무지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잘못된 확신이다.”라고 했다지만, 어쨌든 이 불안한 시대에 자신의 삶에 대해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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