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와키치즈루와 츠마부키사토시가 주연한 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을 봤다. 개봉관이 너무 적어서 어둠의 경로를 이용했다.
간단한 평을 하자면 ‘그저 그런’ 영화는 아니다. 개봉 현재, 배급사에서도 이 영화는 대중 영화와는 다른 예술 영화라며 개봉관 늘리는 것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성급히 개봉관을 늘렸다가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개봉하는 몇 안되는 배급사 하나가 망해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할 만 하다. 나는 그저 개봉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영화는 경쾌하고 간결하게 흘러간다. 깊은 암시도 없고, 말하고 싶은 것은 다 말하고, 어둡지도 않고, 음흉하지도 않고, 일본 영화 특유의 가벼움이 묻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보는데도 부담이 없다. 이 영화가 설경구, 문소리 주연의 <오아시스>와 비교될 소지는 다분하다. 그러나 결국 두 영화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조제(이케와키치즈루 분)는 장애인이다. 츠네오(츠마부키사토시 분)는 대학생이다. 츠네오는 생각해서 풀리지 않을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다. 조제는 책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까. 조제의 나레이션으로 나오는 책의 내용이 극 전반을 관통한다.
“언젠가 그대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거야,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다시 고독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거기엔 또다시 흘러가버린 1년이란 세월이 있을 뿐이지.”
츠네오가 개새끼인가? 섹스 파트너가 있고, 가슴이 크다는 소리에 싱글거리고…. 그는 특별히 봉사정신이 투철한 인간도 아니고, 남보다 유별나게 가슴이 따뜻한 인간도 아니다. 그는 여느 대학생이고 특별하지도 않다. 그는 조제를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조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츠네오가 개새끼인가?
조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같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해.
이별은 깔끔하다. 조제는 이별 선물을 주고 츠네오는 돌아간다. 그것이 조금 더 ‘정상적’이려면 둘 중 하나가 받았던 것을 집어 던지면서 저주를 퍼붓거나 혹은 가지 말라며 붙잡고 애걸복걸 해야 했었을까.
츠네오는 “이 이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도망친다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츠네오가 개새끼라서 도망치는 것일까. 아니면 조제라는 상대가 대다수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하체를 가졌기 때문에 도망치는 것일까.
이 영화는 장애인 인권영화도 아니고 세태비판영화도 아니다. 한 커플의 사랑의 시작과 끝을 그린 영화다. 이러한 확신은 츠네오가 조제와의 여행사진을 보며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첫장면과 여관에서 한 조제의 대사에 근거한다.
“난 해저에서 헤엄쳐 올라온 것이야, 너와 이 세상에서 가장 야한 짓을 하려고…. 난 두 번 다시 그 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언젠가 네가 없어지게 되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괜찮아.”
이 사랑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는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아름다웠다. 또한 조제는 여지껏 내가 봐온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요리도 잘하고, 독특한 말버릇에 풍부한 표정까지. 덕분에 이케와키치즈루에게 다시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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