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활동하는 정치연구회 클럽에 쓴 글...

내가 꿈꾸는 나의 삶, 내가 꿈꾸는 사회, 내가 꿈꾸는 국가, 내가 꿈꾸는 세상... 이 허황된 망상 안에는 언제나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갖지 않아도, 늘 웃을 수는 없어도, 오늘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 딱, 손톱이 더 자라는 만큼 ― 나아지길 바라며 살아가는 사람들... 아무튼 저는 그런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라고... 아주 막연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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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후마니타스)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갔던 시청 앞 광장에서 제가 권하려는 이 책을 직접 알리고, 팔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엉성하게 만든 팻말을 들고 권당 12,000원 하는 이 책을 10,000원에 아주 싸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당장에 돈이 없어서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같이 팔고 있던 생수만 두 병 샀지요. 그래도 그저께 통장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알라딘에서 이 책을 주문했고 어제 손에 받아들었습니다. 밤새 읽었어요. 조금만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게, 다 읽진 못하겠어서 지금은 덮어두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소위 ‘이랜드 투쟁’이라 불리는 현재 진행형 사건의 주인공인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부부터 3부까지는 주로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인터뷰로 이뤄져있고, 4부는 홍기빈, 권두섭, 김원 등의 칼럼이 실려있습니다. 기획은 삶이보이는창 르포문학모임,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지원대책위에서 맡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시대의 민중의 삶을 꼼꼼하게 포착한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작 인터뷰'가 아닌 인터뷰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어요. 특히 '평범한 사람'이었던 그들이 투쟁에 결합하면서 '의식있는 노동자'로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깊게 와닿았습니다. 맑스나 레닌 다 저리가시고, 여기 이 사람들이 다 하나의 사상가이고 운동가였습니다. 이오덕 선생이 늘 쉬운 글쓰기, 입말쓰기를 강조하셨는데, 그 정신에 딱 부합하는 책이 아닐까 싶었어요. 물론 학술적 언어는 딱딱 떨어지는 엄밀하고 정교한 것이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말의 참 아름다움은 '삶을 말하는 입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삶이 먼저 있고 글이나 말이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그저 외면하고픈, 아직 나랑은 무관한, 아니 어쩌면 영영 무관할 수도 있을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은폐되고, 사라지거나 해결되거나 합니다. 저는 이 문제들에 '무지'로 일관할 배짱이 없습니다. 지금껏 제가 (다른 일이 아닌) 공부를 선택하면서 내세웠던 얄팍한 이유마저 잃고 싶진 않습니다. 예비 지식인을 자처하는 대학생들에게 무지는 곧 죄악과 같은 말이 아닐런지, 감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특히나 사회과학, 이 학문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어떻게 사람들(대중)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동원할 것인가"를 공부하는 것이라지만, 저는 아주 낙관적으로 이 학문은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것이 이 공부의 의미라면 의미가 아닐까, 믿고 있습니다.

이랜드 노동자 여러분, '당신의 소박한 꿈'을 응원합니다! 우리 시대, 우리 나라의 진짜 얼굴은 다른 곳이 아닌 여러분들에게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완전히 옳습니다. 이 책을 구입하면서, 작게나마 여러분들에게 갖고 있던 마음 속의 부채감을 조금은 덜었습니다. 다른 학회원들도 없는 용돈 조금 아껴 이 책을 구입한다면, 어려운 환경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 여러분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결국은 책 장사... 하지만 혼이 담긴 장사!)

혹시 책을 읽고 나서, 이 분들을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생긴 분들은 금요일(http://sdm.ufree.kr/872)에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2008/07/10 01:41 2008/07/10 01:41
Posted by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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