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이대로 괜찮은가? 갑자기 그런 물음을 던지고 싶다. 미안하고 거슬리는 이야기이지만, '안정'과 '정착'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학회를 '조직'이라 할 수 있을까? '조직'이라고 하면 촘촘하게 짜여진 직물 같은 느낌을 주는데, 사실 우리 학회는 그런 조직은 아니다. 오히려 '관계'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일반적으로 '조직'과 '관계'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지 대체관계에 있진 않다. 조직이 관계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관계가 조직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조직'은 없고, '관계'는 있다. 어떤 관계들은 빈도가 높고 농도가 짙으며, 또 어떤 관계들은 그렇지 않다. '조직'이냐, '관계'냐? 손쉽게 가치의 우위를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
어쨌거나 학회는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원하든 원치않든…. 규모의 축소는 우려하지 않는다. 작으면 작을수록, 단촐하고 오붓할 수 있다. 활동을 하는 이들 스스로가 그 자체를 초라하게 느끼지만 않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고, ‘더불어 함께함’에 있기 때문이다. 모임에 나오지 않는 이들을,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을 야속하게 흘겨 볼 이유는 없다. 아니다 싶으면 누구라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떠나도 된다. 떠나야 한다. 중이 찾지 않는 절은 그대로 자연과 함께 묻혀야 한다. 새 시대의 모험가가 용기 내어 발굴할 때까지, 운이 좋다면 그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잡설이 길었고, 어쨌든 잘 가고 있는 배 위에서도 언제나 “지금 이거, 제대로 가고 있는거야?” 물어야 한다. 묻는다는 것은 일단 불온한 행위이다. 그러나 불치하문(不恥下問)이어야 한다. ‘이 사람이 대체 이걸 왜 묻나?’ 되물어도 좋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붊, 함께함, 더불어 함께함 정말로 중요한 말들이다. 이것 덕분에 한 발 물러나도 두 발 나아갈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계속해서 묻지 않으면, 한 발 물러나도 두 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없다. 늘 되돌이표를 만나더라도 다음 소절을 불러제껴야 한다. 계속해서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 물어보자, 나에게, 너에게, 모두에게…. 그럼 어떤 상황을, 어떤 변화를 맞이하더라도 의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세미나에 대해서 딱히 매듭할 말은 없다. 다만, 발언 횟수의 편차가 좀 줄어들었으면 한다. 나를 포함한 몇몇 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보다 배려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미나 시간이 무제한이었으면 좋겠다. 갈 때까지 가보게, 무슨 얘기까지 나오나 보게….) 토론 자체에서 뭔가 생산적인 결론이 맺어질 필요는 없지만, 논의가 풍부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토론에 흥미를 갖고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와 함께 '뭔가'(?)를 해보고자 같은 시공간에서 숨쉬는 이들의 생각이 너무나도 궁금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야?”, 젠체할 필요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밑바닥까지 드러내면 좋겠다. 점수 매기는 사람도 없고, 말이 안 된다고 질타할 사람도 없다. 말이 안 되면 앞으로 말이 되게하면 될 일이다. 언제고, 다음, 또 그 다음이 있다. 그 다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 계속해서 그 다음이 있다.
방학인데도 왜 이렇게 늦은 시각에 모이자고 했지? 다음 주부터는 늦은 4시에 만난다. 늦지 않게 모여서 칼같이 시작할 수 있길! 7시에 끝마치고 후딱 내려가서 맛있는 저녁 먹자. 얼마만의 뒷풀이냔 말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한 번 풀어보자! 가만, 우리에게 풀어야 할 것들이 있기나 했던가? 정 풀 것이 없다면, 오늘 내가 쓴 이 '매듭'을 같이 한 번 풀어보자. 실은 인간들은 누구나 세미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로 독고다이 세미나이며, 주제는 삶이다. 이번 여름에 우리는 국제정치를 공부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엄연히 '삶'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놈의 땀내나는 삶! 이 삶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 잘난 학문님네들도 다 즐기고 즐기는 것일 뿐이다. 계속 공부하고, 계속 만나고, 계속 얘기해보자. 함께하는 시간 못지 않게 또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다시 일주일의 시간동안 조근조근 뽕잎을 먹도록 하자. 여름은 성장의 시간이다. 땡볕과 물기를 머금고 쑥쑥 자라자. 그래서 다시 만나는 날, 서로가 서로를 눈 비비고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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